* 2018년 5월 디페에서 출력본 발행 사고는 갑작스럽다. 비록 그것이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마음 한구석에서 예견하고 있던 것이라도, 늘, 매번, 그 순간은 유리가 생각조차 않고 있던 때에 찾아왔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행복한 잠에 취해 있다 이불을 빼앗기고 온도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얼음바다로 던져진 것처럼 갑작스럽게. “빅토르?” 유리...
시간, 오로지 시간만이 그에게 허용된 것이었다. 먹고 자는 행위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공간에서 매그니토-에릭 랜셔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한 맨손운동, 그리고 끝없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현재는 활용이 불가능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리며 망상하는 일은 그에게는 흥미가 없는 분야였으므로 필연적으로 그는 과거를 반추하고 또 반추...
-대신 내 손가락이 그곳에 있는 걸 전해줘- Heaven and Earth 中 쇼코의 묘에 참배하고 비탈길을 내려오는 중이었다. 카즈키는 문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흰 구름으로 수놓인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함께 하던 소우시도 카즈키를 따라 잠깐 발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언제나의 맑고 푸른 하늘(蒼穹)이다. 맑고, 푸르고, 아름다운 하늘. “아름다...
천재는 짜증난다. 자각이 없는 천재는 더 짜증난다. 멍청한 천재는 짜증나다 못해 최악이다. 바람이 할퀴고 간 것처럼 제멋대로 뻗친 머리카락은 오랫동안 햇빛을 받아 갈색이 색이 바래서 된 듯한 주홍색이다. 태양에 골고루 잘 그슬린 빛깔이다. 그 사이로 소용돌이 모양의 가르마가 보인다. 190에 육박하는 그의 시야에서 160언저리인 히나타를 내려다보면 보이는 ...
차가운 빛을 반사하며 총알은 날아들고 있었다. 총구를 떠난 총알은 느릿느릿, 그러나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속도로 그를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총알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느려진 세계 속에서 셜록은 우뚝 서 있었다. 인적이 드문 돌다리 위에는 그 흔한 CCTV 하나도 없었다.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을씨년스러운 다리는 폐공장부지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
순서 : 다이나믹라이프 -> 그래비테이션 악몽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깰 수가 없었다. 어렴풋하게 이건 꿈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밀려오는 감정의 홍수에 휩쓸려나가 자취도 남지 않게 되자, 꿈속이라는 희미한 자각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속절없이 악몽에 말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난전이었다. 어두운 공터 안에는 버려진 건축자재들이 여기저기 ...
순서 : 다이나믹라이프 -> 그래비테이션 ……인간은 하나의 행성과도 같다. 이 넓은 우주에 완전히 똑같은 행성은 존재하지 않듯이 인간 역시 그러하다. 즉, 세상에는 저 우주의 수많은 별들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개중에는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 별에 비유하자면 태양이거나 하는 것들로,...
<Do You Have The Same Dream Every Night?> 의 후일담 그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쿠로코에게 있어 한숨을 쉬는 버릇은 당황, 혹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반응 같은 것이다. 가끔 한숨을 쉬지 말아야지 생각은 하지만 어릴 때부터 굳어진 버릇이라 저도 모르게 내쉬게 되곤 하는 것이다, 조금 전처럼. 작...
나는 그를 안다. 아니, ‘안다’는 것과는 좀 다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이니까. 첫 번째의 ‘그’와 두 번째의 ‘그’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대다수의 세상 사람들에게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차이는 인식되지 않을 것이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거의 유일하게 의미가 있을 내게도 과연 그 둘의 구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묻는다면 뚜...
그것은, 꿈이었을까- 카가미는 인상을 썼다. 카가미는 끝이 양갈래로 갈라진 눈썹 덕에 입을 다물고 있어도 사납다는 오해를 종종 사곤 한다. 그런데다 인상까지 쓰니 분위기가 한층 사나워진다. 하지만 지금의 인상은 화가 나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느라였다. 일주일―하고도 이틀 전의 일이었다. 세이린 농구부의 연습은 크게 기초체력 다지기, 그리고 편을 ...
@aurora_p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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